하와이의 크리스마스 - 단편

하와이의 크리스마스 - 단편

일딸 0 469

-하와이의 크리스마스-




겨울이면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 길을 떠난 큰어머님을 돕기 위해 나는 하와이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친척이 어디 있느냐며 신혼 여행으로 가 보기도 힘든 곳을 어떻게 겨울 마다 갈 수 있느냐고 침을 흘렸지만 그건 속을 모르고 하는 얘기였다. 남들이 보면 공짜 비행기 표에 숙식이 해결되고, 그 좋다는 하와이에서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 한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휴가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큰 집에서 나를 부르는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겨울동안 큰어머님이 하고 계시는 가게를 봐 드리는 동안 큰 집의 식구들은 그 틈을 타서 역으로 한국에 다니러 오거나 장기간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었다. 시간당 헬퍼를(임시고용 아르바이트) 쓰려면 적어도 9불은 주어야 했고, 그나마 임시직 이고,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을 끼고 있을 때에는 10불 이상을 부르는 사람도 많았기에 여러모로 계산하시고 내린 결론이 바로 나였다. 시간당 9불씩 계산해서 아침 11시부터 저녁 10까지 장장 11시간을 비용을 지불하고 거기에다가 헬퍼의 고용세금까지 피크시즌에 내고 나면 남는 것은 고사하고 밑지기 일 쑤라는 큰어머님의 고민을 듣고 난 후라 나도 처음에 승낙할 당시에는 어쩌지 못했다. 게다가 여행을 가 있는 동안 혹시라도 있을 떼강도 들을 생각한다면 나를 불러 들이는 것은 안전하기 이를데 없는 수지맞는 장사임에 분명했으니까. 한국과 다르게 하와이에서는 빌린 임대 트럭 같은 것으로 비워 있다고 여겨지는 집안의 드라이브 웨이에 아예 차를 대 놓고 이사 가는 것처럼 집안을 송두리 채, 빨가벗겨 가기가 다반사 였다. 큰 아버지께서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어느 정도 유명인사가 되어 계셨고, 큰어머님은 와이키키 해변도로의 관광 명소인 인터내셔널 마켓에서 중국에서 들여온 저가품 액세서리와 패션 시계점 으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계셨다. 사촌들은 이미 혀가 꼬부라 질대로 꼬부라져서 한국말이 어눌하기 그지 없었고, 케이블을 통해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도 화면 밑에 흐르는 영어 캡션이 아니고서는 내용을 이해하질 못했다. 내가 도착해서 하루나 이틀,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잠깐, 모든 식구들은 가정부에게 집을 맡기고 나서는 것처럼 나만 집안에 달랑 남겨 놓고 모두 그 좋다는 하와이를 떠나려고 온갖 짐들을 챙겨서 공항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나면 모든 게 내 몫이었다. 청소는 기본이고, 서울에서도 해보질 않던 정원의 풀깎기 부터, 기르고 있는 똥개새끼의 사료까지 챙겨야 하는 나의 신세는 하와이에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파출부로 불려 온 듯 싶었다. 그래도 일요일 만은 내 세상이었다. 혼자서 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녀 보기도 하고, 관광객들 틈에 섞여서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서핑을 배워 보느라 그 짠 바닷물을 구역질을 해가면서도 들이켰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하루종일 냉방도 안 되는 마켓의 좁다란 진열장 뒤에 앉아서 하릴 없이 지나가는 손님들을 호객하는 일의 피곤함으로 번번히 퍼질리고 잠만 때리기 일 쑤 였다. 일본인지 하와이인지도 모르게 쏟아져 들어오는 일본 관광객들 때문에 큰 집에서는 학교 때부터 유창한 일본어로 잔뼈가 굵은 나를 눈독을 들일 만도 했을 것이었다. 진열해 놓은 물건이 개떡 같아도 일본어로 친절하게 대해주면 그들은 뜻하질 않게 그 날의 잭폿을 터뜨려 주면서 가게를 닫으며, 진열장에 열쇠를 채우는 나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주어서 기쁘기 그지 없었다. 맨 처음 하와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하와이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공항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었다. 안 되는 영어로 한국에서 의례 부르듯이 이 곳이 하와이 섬이 맞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원래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진 와이키키 해변으로 유명한 하와이는 오하우 섬이고 하와이 섬은 오하우 주변 섬 중의 하나로써 마우이 같은 작은 섬인데 오하우 섬에서 경비행기나 챠퍼(관광객용 헬리콥터)로 1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 곳이었기 때문 이었다. 하와이에 처음 도착해서 누구도 마중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비행기를 다시 갈아타야 되나 하면서 고민하다가 적어준 주소와 전화번호를 갖고 손짓 발짓을 해가며 입국심사를 통과한 후에야 안심을 했었으니까. 그렇게 나의 하와이 알바는 시작되었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하와이에서의 생활은 큰 집 가족들이 도망치듯이 집을 빠져 나간 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차도 없었을 뿐더러 버스를 타고 마켓까지 가는 데에는 무진장의 실수를 겪은 후에나 바로 갈 수 있었기에… 며칠 간은 늦게 문을 여는 바람에 마켓의 관리자로부터 들어도 이해 할 수 없는 경고성 엄포를 듣기도 했지만 내가 이해하질 못하는데 무슨 상관이랴? 이번이 3번째 하와이 행이지만 원주민 출신의 그 뚱땡이 관리자의 시커먼 얼굴은 언제나 밥맛 없기는 마찬가지 였다.




‘이랴샤이마세!’




나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커플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희 한국 사람 인데…’




‘아! 그러세요? 여기는 하도 일본 사람들이 많아서요…신혼 여행 오셨나 보죠?’




두 사람은 빙긋이 웃는다. 그럴 때는 여지없이 업무를 가장한 불륜 여행이거나 골프를 빙자한 투어 중에 건진 이곳 현지의 호스테스들이 대부분 이었다. 남자의 복장도 젊은 여자의 배꼽바지와 다르게 골프를 치는 것을 강조 하는 듯한 복부바지에 똥배가 불룩한 것으로 보아 영락 없었다.




‘물건 들이 뭐 이래? 남대문 뒷골목도 이것 보담 낫겠네…’




남자가 옆에서 지분댄다. 아마도 내심 큰 것을 앵겨서 홀라당 여자를 잡아먹을 심산으로 좀더 화려하고 될 성 싶은 물건을 고르라는 투 였다.




‘이거 좀 보여 주세요. 패션시계가 엄청 이쁘네.’




‘잘 고르셨어요. 서양 사람들은 레이디 버그라고 이런 점박이 딱정벌레를 행운의 표식이라고 믿거던요. 요렇게 재끼면 날개를 양쪽으로 벌리고 나는 것처럼 안 쪽에 있는 시계가 드러나요. 정말 예쁘죠? 여자 분들이 목걸이로 차면 아주 보기 좋다니깐요.’




여자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면 옆에 들러선 사장족들의 똥꾸녕에 바람을 호호 불어 주어야 한다. 붕붕 뜨게시리….




‘여친 되시는 분이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 이런 곳에서 기념 삼아 하나 사주셔도 좋을 것 같은데… 사장님 뵈니 한 열개는 사주셔도 될 것 같네.’




가격의 저렴함이 이럴 때는 잘 먹혀 들어 간다.




‘그럴까? 그럼 색깔별로 좀 내놔 봐.’




그럼 그렇지, 이런 곳에서 젊은 보지 꿰차고 있으니 퉁퉁 불어 있을 마나님이나 따님 생각해서 몇 개 장만 하셔야 되겄지. 나중에 입이라도 막을라 치면….




‘요거 요거 요거로 한 세개 포장해 줘. 하나는 그냥 차고 가게 하구…’




‘네, 감사합니다.’




여자는 흡족한 표정으로 남자의 팔짱을 부여 잡는다. 쥐약이 들어갔으니 오늘도 호텔 방에서 거나하게 씹질을 돌리겄구만! 나는 그녀의 애띤 모습에 포장을 하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갔다. 서울 같으면 전번이라도 받아서 나중에 시간 나면 한 코 걸치자고 뻐꾸기나 날릴 텐데…돌아서 마켓을 빠져 나가는 커플에게 관심도 없겠지만 알로하 하면서 엄지와 검지를 흔들어 보였다. 나는 하와이에서 알바를 하면서 한가지 이상한 것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나 사람들의 얘기로 하와이에 처음 왔을 때 마음먹고 하려다가 못한 것, 예를 들자면, 작은 일본식 종이우산을 꼽은 구아바 주스를 꼭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다고 한다면 절대로 그것은 먹어선 안된 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미신으로서 여행중에 원하던 것을 하고 나면 다시는 하와이에 오지 못한 다는 타부인데, 믿거나 말거나 였지만 나도 한가지 하지 않은 것이 있기는 했다. 세 번씩 하와이에 와서 안가 본 곳이 없이 다 다녀 보고, 발 품도 팔아 봤지만 절대로 이 곳에서는 섹스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태리의 트래비 분수 앞에서는 뒤로 돌아서서 동전을 던져야 로마에 다시 돌아올 수 있고, 하와이에서는 목에 걸어 주는 화환을 물에 띄워야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말이 있었기는 해도…사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맨 처음에 가게에 와서 문을 닫고 나서는 와이키키의 밤 길거리가 그 욕망의 초입이었다. 불야성인데다 인파로 뒤 덮힌 사이를 비집고 늘씬하게 빠진 후커(창녀)들이 두 세명씩 짝을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던 일 때문이다. 이런 휴양지에서 누구 하나 알아보는 사람 없이, 보기에도 늘씬하게 빠진 쭉쭉빵빵 미녀들이 달려 들면서 긴 밤을 보내자는 요구를 뿌리치기는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들러 열심히 좇물을 뿌리고 간 한국인들로 인해서 파란 눈의 아가씨들도 내 옆을 지나치면서 ‘오파, 킨팜 팩풀(오빠, 긴밤, 백불) OK?’라고 물을 때는 두 무릎에 힘이 쪽 빠지곤 했다. 어느 누군가 와서 저 늘씬하게 빠진 백마를 따 먹고 돈을 치루면서 그 놈의 알량한 한국말을 가르쳤을 것을 생각하면 말이었다. 도로를 순찰하는 경찰들은 수시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 같은 여자들을 붙잡아 ID를 검사하지만 그녀들은 선수였기에 바로 다음 사냥감을 향해 혀를 낼름 댔다. 그녀들 사이에는 시간대와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매일 저녁에 보는 여자들은 거의 얼굴을 익힐 정도가 되어갔다. 그 중에서도 어린 모습의 노랑머리는 정말 군침 도는 스타일 이었다. 그냥 풍만 하기만한 체격이 아니고 동양인 처럼 작고 아담한 체구에 띵띵한 젖퉁이에 볼록한 히프는 품안에 가지고 놀기에 딱 알맞은 사이즈 였기에…그녀는 언제나 나오는가 싶다 가는 언간새 일본인들을 물고 사라지곤 해서 죽 때리면서 경찰들의 시비나 검문에 걸리는 쭉쭉 뻗은 팔등신 미인들 보다 인기가 좋았다. 나는 가게문을 닫아 걸고 와이키키의 밤 해변가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즐겼다. 한낮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눈에 띄지도 않았던 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벤치와 풀밭에서 잠을 청하는 것을 뒤로하고 멀리 정박해 있는 크루즈 함선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피우는 담배 맛은 정말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열대의 느낌을 담뿍 가져다 주는 길거리의 야자수와 개스 횃불도 고즈넉함을 더해 주었고…몸은 고달 퍼도 그런 와중에 잠시 잠깐이기는 해도 열대의 나라에 와 있다는 해방감은 나를 푸근하게 어루만져 주는 무엇이 있었다. 아무리 적도에 가까운 하와이라고 해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한낮이 아니고서는 해가 떨어진 다음에 물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눈도 하나 없는 곳이었지만 곳곳에 치장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인해 어색하기는 해도 성탄절의 분위기가 돌기는 했다. 그 즈음이면 하와이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시간에 쫓기는 리무진 택시의 종횡무진 딜리버리 서비스가 벌어지곤 했다. 한국 사람들이 들여다 놓은 섹스 골프 관광과 룸싸롱의 문화 때문에 그 시간의 고속도로는 남자들의 터져 나오는 정액받이를 위해 룸싸롱과 호텔을 뻔질나게 왕복하는 총알택시의 써비스가 새벽을 가로지르면서까지 펼쳐지곤 했다. 단 하룻밤, 몇 번의 왕복으로 하루 벌이를 모두 한다는 말이 나 돌 만큼 서울의 사장족들은 외국에서의 좇대가리 놀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돈을 뿌려댔으니까. 나 같이 그 좋다는 하와이를 즐기면서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이렇게나마 잠깐씩 바닷가에, 그것도 한밤중에 미친놈처럼 앉아서 담배나 태고 앉아있을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무작정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일요일에는 하루 쉴 수는 있어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인 내 생활에 이렇게 무작정 여유를 부리고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죽기 보다 싫어도 집에는 돌아가야 했다. 집은 하와이 일주도로로 관광을 하다 보면 언제나 안내원이 차를 세우고 창 밖을 바라보라고 하는 곳에 있었다. 그 모습이 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토끼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곳에 관광오시는 한국 분들에게는 기본 코스처럼 보여지는 곳이었다. 산자락에 마련된 주택지는 호화롭기가 그지없었고, 버스도 한참을 걸어 내려와서야 탈 수 있어서 나는 아침에 샤워를 했어도 큰길까지 걸어 나오다가 온 등이 땀에 다 젖기 일 쑤 였다. 토요일은 언제나 정신이 없었다. 평소보다 사람들은 많이 지나 다녀도 생각과 달리 그렇게 좋은 매상을 올리진 못했다.




‘한국분 이시죠?’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정숙한 모습의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그런데요? 뭐 찾으시는 것이라도?’




‘아뇨 그런 것은 아니고, 혹시 이런 분 보셨어요?’




하면서 그 여자는 사진 한 장을 내민다. 족히 30은 되었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입고있는 비싼 린넨 원피스와 망사모자 액세서리로 봐서 부티가 절절 흐르기는 했다. 사진은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왠지 낯이 익었다. 옆에 들러 붙어 있는 여자도 앳된 모습이 역시나 눈에 익었기에…




‘글쎄요… 눈에 익기는 한데…’




‘잘 좀 봐 주세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제 기억이 맞을는지…혹시 이 남자 분, 지금은 스포츠 형으로 머리를 깎지 않으셨어요?’




‘네, 맞아요. 여기 왔었나요?’




‘네, 그러니까 이틀 전엔가 이 사진의 여자분 하고 같이 오셔서 목걸이 시계를 세 개 사가지고 가셨죠. 급하신 일인가 보죠?’




‘그 사람들, 또 올까요?’




‘글쎄요, 이곳이 번화하기는 해서 여행 도중에 한번 정도는 꼭 들리시는데, 다시 오신다는 보장은 없어요. 혹시나 갖고 가실 선물을 못 사셨을 때에는 출국 전에 들리시는 분이 계시긴 해요. 요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DFS(면세전문 백화점)가 있어서 면세제품을 구하시려고 가시다가 다시 찾으시는 분들도 가끔 있기는 하죠. 이곳이 처음 이세요?’




‘네, 오늘 아침 비행기로 왔어요. KAL호텔에서 죽 내려와 있는 Hilton에 묶고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Hilton호텔은 해변가 쪽 경찰서 옆에 있는 쉐라톤 호텔과 길 건너 마주한 호텔로 그 비용이 워낙 대대해서 일본인이나 미국인도 돈 많은 사람들 아니면 묶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그녀는 낭패라는 표정으로 나에게 호텔의 호수를 적어주면서 그 남자와 여자가 들리면 연락을 해주고 어디에 묶고있는지 부탁한다며, 100불짜리 지폐를 한 장 턱 내놓았다.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야… 제가 그냥 연락해 드리면 될 것을 갖고….’




‘그래도 그렇죠. 부탁 드릴께요. 일요일에는 문 여나요?’




‘아뇨, 저도 쉬어야지요. 저도 한국에서 일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이 가게가 우리 큰어머님 가게에요. 여행가시는 동안 제가 봐드리는 거죠.’




‘그러셨구나. 만나서 반가워요. 그럼 다시 한번 부탁드릴께요.’




그 여자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쭉 뻗은 각선미에 할랑거리는 린넨 원피스 밑으로 드러난 그녀의 발목은 가늘기가 나뭇가지 같았지만 그 위로 펼쳐지는 풍만한 엉덩이의 곡선은 군침이 자글자글 돌았다. 아마도 여친과 함께 밀회를 떠난 남편의 뒤를 쫓아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 그렇게나 밀회의 현장을 잡고 싶은 것인지…아니면 그 남편의 떠나가는 마음이나 손길, 아니면 거나한 좇대가 그리도 안타까운 건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그녀의 다급함은 말하지 않아도 얼굴에 확연히 씌여 있었다. 토요일의 일을 마감하고 나는 오랜 만에 알라모아나 쇼핑센타로 바지를 사러 가기로 했다. 갖고 온 바지는 모두 긴 바지에 청바지 쪼가리라 온종일 진열대 뒤에 앉아 있노라면 불알 밑이 끈끈해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 이었다. 나는 바지를 사고, Food Court에서 오랜 만에 한국음식을 파는 곳에서 갈비콤보 메뉴를 시켜 먹고 있었다. 그 곳은 대형 식당이 갖추어져 있어서 저멀리 끝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려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복합 식당몰 이었다. 나는 정신 없이 갈비와 잡채를 먹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앞에 식판을 놓고 앉는 것이었다.




‘여기서 또 뵙네요?’




‘어, 가게에 오셨던 분 아니세요?’




‘네 맞아요. 그런데, 어쩐…아, 참! 오늘 일요일이지?’




그녀도 할 일도 없어서 이렇게 아이쇼핑이라도 할 참으로 나왔다고 했다. 수영복이 좋은 것이 있어서 사긴 했는데 입으려고 하니 자신이 없더라는 그녀의 말. 남편의 뒤를 밟아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쇼핑할 여유가 있다니 참.




‘아직 소식은 못 들으셨어요?’




‘네.’




‘이런 거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는데, 이곳에는 어떻게 오셨어요?’




‘글쎄요, 보기에 총각 같아 보이는데 이런 말 해도 될는지 모르겠네.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요. 부부사이에는 특히나. 남편이 오래도록 사귀어 온 여자가 있었어요. 나는 내심 술집이나 그런 곳에서 만났으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회사에 데리고 있던 여사원 이었어요. 벌어들이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여자도 그 돈에 혹 했겠죠. 살림도 차려주고, 이렇게 여행까지 저를 속여가며 온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출장간 사이에 사무실에 있던 세탁하지 않은 옷가지들을 가져 오려다가 그만 품안의 그 사진을 발견한 것이지요. 비서 아가씨에게 호되게 꾸짖는 중에 모든 것을 알게 되어 이렇게 따라오게 된 거지만…. 섬 안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관광을 목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밥은 먹고 다닐 것이라는 생각에 와이키키 근처에 방을 잡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거죠. 얼굴을 마주치면 호되게 욕이나 해주고 끝내 버릴 려구요.’




‘별로 좋은 해결책은 아닌 것 같은데…남자들 이란게 저도 그렇지만 열 여자 싫다 할 사람 없거든요. 가뜩이나 살기 힘든 요즈음, 이렇게 하와이에 드나드실 수 있을 정도라면 왠간히 돈을 버시는 분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저도 이번이 세번째 이지만 작년 까지 운영되던 와이키키의 극장도 경영난으로 닫았더라구요, 이렇게 사는게 어려운데…어떻게 한 번 마음을 돌려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보여지는데, 모르죠, 젊은 제 소견이라 별 약효는 없을 것 같지만서도…미국 방문비자 받기가 요즈음 하늘에 별따기 인데, 사모님께서도 평소에 미국비자를 그렇게 받아 놓으셨을 정도면 탄탄한 재정상태를 갖고 계시다 라는 얘기인데요….하긴 들어보니 이왕 이혼을 결심하셨다면 흥신소 같은 곳에 의뢰하셔서 증거를 확보하시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구요. 잘은 모르지만…’




‘생각 않 해 본 것은 아니에요. 사진을 보는 순간 눈에 불이 확 도지면서 하나도 정신이 없었어요. 설마설마 했는데….여기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도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 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두 번 다시 않 보고 돌아서리라고 마음 먹었는데 그래도 사진으로 받아 보는 것보다 그 인간의 면전에서 된 욕이라도 해주고 싶어서…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이제는 저도 지쳤다고나 할까요?’




두 사람, 다 식사를 앞에 두고 재미없는 얘기로 식욕을 점차 놓치고 있었다.




‘하와이에는 자주 오시나봐요?’




‘이번이 세번째 입니다.’




‘정말 좋으시겠다. 일하면서 휴양지에서 놀 수도 있고…’




나는 허풍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지내는 진솔한 얘기들을 해주었다. 하와이라고 오기는 했지만 실제로 놀아본 기억은 눈꼽 만치 밖에 없고 거의가 마켓에서 하늘도 제대로 못보고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에 그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럼, 이제 하와이라고 하시면 신물이 다 나시겠네요? 저는 이런 지경인데도 길거리에 나가면 마음이 들뜨던데…게다가 한겨울의 성탄절이라는 희안한 이벤트도 있구…’




‘관광회사에 얘기해서 돌아다니시면 별 재미 없이 힘만 빠지고 지치기 일 쑤죠. 저 처럼 이 곳 지리에 빠삭하면 차를 빌려서 다니는 것이 더 좋아요. 마음에 끌리는 장소에서 더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저 차 있어요.’




그녀는 국제 운전 면허증을 갖고 왔다고 했다. 호텔 앞의 Heartz에서 차를 빌려서 지도를 보고 다니려고 하는데, 일방 통행인 와이키키 길로 인해 호텔로 들어가는 데에만도 뺑뺑이를 몇 번을 돌았다고 푸념했다. 나는 대단한 용기라고 칭찬해 주었다. 사실 한국과 다른 계기판과 표지판으로 인해서 헷갈리기 일 쑤고, 게다가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은 이런 문화가 생소한 한국인으로서 차를 렌트 해서 몬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제가 안내해 드릴 수도 있는데…’




나는 내심 차를 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면 저야 좋죠. 혹시 알아요? 그 와중에 마주치게 될는지…’




나와 그녀는 차에 올랐다.




‘어디 먼저 가 보실래요?’




‘글쎄요, 저야 뭐 아나요? 그리고 시차 적응이 잘 안되서 그런지 졸립기도 하네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의 주차장을 빠져 나오면서 나는 그녀에게 고속도로로 빠지겠다고 알려 주었다. 큰어머님 께서 절대로 차를 내주지 않으셨지만 나는 줄곧 3년 내내 국제면허증을 소지하고 하와이에 왔었다. 나는 고속도로를 통해 하와이 일주도로를 통해 평소에 차를 타고 여유있게 가보고 싶은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녀는 시원해진 차 안의 냉방 덕에 내 옆에 앉아 졸기 시작하고…나는 차를 몰고 와이키키에서 차로 40여분정도 되는 거리의 하나우마 베이로 향했다. 넓은 주차장에 도착하고서 나는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세요. 다 왔어요.’




‘내가 깜빡 잠이 들었었나 봐요?’




‘네 그것도 아주 곤히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따라와 보세요.’




나는 앞장서서 언덕 주차장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트롤리 버스를 탔다. 몇 개의 구비진 언덕을 내려 도착한 곳은 보통 평범한 바닷가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아주 달랐다. 와이키키도 이제는 물이 예전과 다르게 깨끗하질 않아서 그런지 로칼(거주민)들은 이렇게 한적한 바닷가를 찾곤 하는데 이곳은 특히나 유명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무릎까지만 들어가도 도망가질 않는 열대어 때문 이었다. 바닥이 모래 보다는 바위와 따개비, 거북손, 굴들로 덮혀 있어서 가뜩이나 들끓는 열대어 무리가 사람들이 던져주는 모이에 맛을 들려 이제는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나는 수영복을 입지 않은 대신에 치마를 무릎 위로 걷어 올리라고 했다. 발개지는 얼굴도 잠깐, 나의 손을 붙들고 바닷물에 들어서는 그녀의 손에 아까 도착하면서 산 모이 봉지를 들려 주었다. 그녀는 미디스커트를 밑에서부터 묘하게 말아 접은 뒤에 허리 춤에 끼워 넣어서 하얀 장딴지가 거의 다 드러나고 있었고, 아래에서 조금만 올려다 보아도 팬티가 다 보일 지경이었지만 그녀는 내가 이곳으로 이끈 이유를 알아차렸는지 신기한 눈으로 자신의 발목을 주둥이로 콕콕 찍어대는 열대어의 느낌을 신기한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모이를 던져주자, 마치 물위에 비가 쏟아지듯이 열대어가 튀어 오르는데 보기에도 장관이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걷어 올린 치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요염한 두 다리가 물 위에서 너른 거리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 좀 보세요. 얘들은 겁도 없나 봐요?’




남편의 불륜을 뒤 쫓아서 왔다고는 보여지질 않을 만큼 그녀는 화사한 미소로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 자못 흥미로왔다. 그녀의 미디스커트는 이제 바닷물에 흠씬 젖어서 몸에 들러 붙을 대로 들러 붙어 그 야리한 몸매의 허리와 둔부곡선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도 그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그녀가 노는 사이 해변가로 나와 모래턱에 앉아 있어도 그녀는 그 광경이 신기하고 재미 있었는지 물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계곡 같은 해변가에서 저 언덕 위의 주차장까지 연결되는 트롤리 버스는 저녁 5시가 되면 끊어져서 차가 없이 온 사람들은 그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올라가서 꽉꽉 미여지는 버스를 1시간이나 넘게 기다리다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차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차를 몰고 한 번 와보고 싶던 차에 우연히 그녀의 차를 빌어 타고 오게 되어 나도 즐겁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30분이 넘도록 혼자서 물 안의 진풍경을 만끽하면서 놀았다. 거지반 물장난이 끝났을 때, 나는 보여주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있다고 얘기하고 빨리 자리를 이동하자고 부추 켰다. 그녀는 소풍을 따라온 모습처럼 내 말에 순순히 따랐다. 차가 있어서 정말 편했다. 그녀는 이미 다 젖은 치마를 차 안에서 둘둘 말아서 허리 위까지 들어 올리고 두 다리를 모두 내어 놓았다. 맨 처음에는 나의 시선을 의식했음 인지 두 다리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 축축한 느낌이 싫었는지 내가 힐끔 힐끔 훔쳐보는 것도 아랑곳 하질 않고, 팬티 끝이 다 보일 정도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 두 다리를 벌린 채,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이번에 가는 곳은 어디죠? 실례이긴 하지만 이렇게 다리 좀 내 놓을 께요. 별로 이쁘지는 않지만…’




‘괜찮습니다. 정말 훌륭한 각선미를 갖고 계시는 데요 뭐. 제가 너댓살만 더 나이가 들었어도 어떻게 프로포즈라도 해 보는 건데…’




‘농담도 잘 하시네, 하하하…’




그녀의 가지런한 치아가 모두 드러나도록 웃으면서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두 다리를 포개니 아까 보다도 더 확실히 그녀의 팬티 끝이 보이고 있었다. 흰색의 수가 놓여진 망사 팬티…아주 비싸 보이는 브랜드 임에 틀림 없었다.




‘지금 가는 곳도 정말 좋아요. 한 번 보세요, 다 왔어요. 어때요?’




주차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위언덕과 해변의 풍경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놀라워 했다. 그곳은 블로우 홀이라는 곳이었다. 제주도 같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암석해변이 만들고 있는 천연의 장관이었기에…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밑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밀물의 거셈은 그 뚫어진 바위를 타고 공중 높이 분수처럼 물을 뿜어내는 것이 장관이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노을과 더불어 공중으로 물을 뿜어 대면서 아스라이 만들어 내는 쌍무지개는 그녀의 시선을 온통 빼앗고 있었고…두 사람은 선선해지는 해풍을 맞으며, 주차장의 나무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이제 좀 마음이 풀어진 것도 같아요.’




‘그러세요? 저야 고맙죠. 별로 좋은 구경도 아닌데, 제가 강제로 모셔온 것이 아닌가 해서…’




‘아니에요. 참, 제가 이름도 물어보질 않았네? 저 윤미라에요.’




‘저는 성준호라고 합니다. 통성명이 늦었죠?’




‘우리 나이는 서로 묻지 않기로 하죠. 하하하…’




나는 그녀에게 저녁이나 먹자고 했고, 그녀도 이제사 시장기를 느낀다고 했다. 바뀌어진 시차로 인해 식욕이 없던 차에 마음이 풀어져서 그런지 시장하다고 하면서…나는 다시 차를 몰고 저녁이 어스름 해져가는 와이키키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접어 들었다. 나는 TGIF같은 스타일의 드럭시 라고 하는 미국의 유명한 체인점으로 가자고 했다. 와이키키의 동쪽 끝자락 쯤에 있는 체인점인데 내가 그곳을 저녁에 자주 찾는 이유는 성탄절을 앞둔 오늘 같은 날에는 해변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연인들을 위한 멜로 영화를 영화 홍보 차원에서 공짜로 상영하기 때문이었다. 이 식당의 2층 창가 쪽에 앉아있다 보면 그 해변가 노천극장의 모습과 인파, 그리고 석양, 바닷소리와 내음들이 뒤섞여 일류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슨 영화를 하나 봐요?’




창가쪽에 앉아 밖을 보는 그녀가 물었다. 이미 밖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해변가의 가로등이 하나하나 켜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클럽 샌드위치가 맛있으니 시켜보라고 하고는 갈증을 면해보려고 콜라를 연신 들이키고 있었다.




‘저녁을 사신다고 하니 술은 제가 살께요. 이곳도 서울 같은 술집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런 곳은 비싸요. 여기 돌아다녀 보셔서 아시겠지만 관광휴양지의 특성 때문에 온 컨비니언스 스토아에서 모두 술을 팔고 있죠. 사서 먹는 게 더 싸죠.’




‘컨비니언스 스토어 라면 ABC 스토어를 말하시는 거죠?’




하와이 해변가의 95프로 이상은 이 ABC 스토어가 장악하고 있는 거의 독점 수준의 체인이었다. 그 안에는 선물용으로 한국분 들이 막판에 기겁을 하면서 구입해 가는 마케도니아 땅콩 쵸컬릿을 비롯해서 술,담배,음식,의류,놀이용품 등 없는 게 없었다. 해변가 에서는 술을 먹을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나는 술을 사서 방에 가서 먹자고 했다. 저녁을 먹고, 차를 호텔 주차장에 주차 시킨 뒤에 나는 그녀와 같이 ABC스토어에서 술과 안주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사서 방으로 올라갔다. 방안은 시원하게 냉방이 잘 되어 있었고, 방값이 다소 비싼 해변쪽 방이었다. 대개 Ocean View라는 옵션으로 해변의 정경을 그것도 고층에서 즐길 수 있는 방은 일반적인 방 보다 값이 비싼 것이 통례적 이었다.




‘샤워 할래요? 아님 내가 먼저 하구…’




나는 먼저 샤워를 하라고 권했다. 그녀는 샤워를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기까지 했지만 나는 내일이 월요일인 관계로 그렇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술을 마시고 이 곳에서 나가 또다시 터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잘 생각을 하면 별로 흔쾌한 초대라고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다음 주는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어서 사람들은 붐빌 것이지만 매상은 신통찮은 피곤한 주일이 될 것이 이미 예상되고 있어서 이기도 했다. 그녀가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타올을 머리에 두르고 몸에는 긴 타올만 걸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옷을 갈아 입을 마음도 없는 듯 하다. 욕실에 들어서자, 샴푸 냄새와 함께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간 그녀의 살냄새가 코 끝에 스미고, 욕조의 바닥에는 그녀의 음모가 한 두가닥 뒹굴고 있었다. 물을 틀고, 비누칠을 하면서도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는 하와이의 물은 연수 성격이 있어서 비누기가 잘 쓸려 내려가질 않고 있어서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도 아랫도리에 타올 만을 두른 채, 나갔는데 그녀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사온 술을 섞고 있었다. 약 냄새 비슷한 보드카에 사케를 섞으면 소주와 비스무그리한 맛과 향이 났는데, 한국식당이 아니면 마땅히 소주를 구하기도 어려운 하와이에서 내가 찾아낸 비법이었다. 술술 넘어가기는 해도 보드카가 갖고 있는 도수로 인해 금방 취기가 오르는 특징이 있기도 했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아까의 그 타올 복장으로 그녀가 아이스 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아마도 복도에 있는 얼음 기계에서 얼음을 퍼 온 모양이었다. 용기가 대단 했다. 문고리를 재껴 놓고 나갔는지 내가 열어 줄 필요 없이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호들갑 스럽기 까지 했다.




‘아휴, 사람들 볼 까봐 줄행랑을 쳤네…’




그녀도 한국 사람이기는 했다. 이곳에 가족 단위로 관광 온 한국 사람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어린애들 하며, 문들을 활짝 열어놓고 고스톱을 치면서 복도가 떠나가라 놀아대는 통에 호텔 내에서의 평판이 그리 좋은 것은 못 되었는데, 그녀도 역시 그런 차림으로 복도를 가로 질러 왔다는 것은 고발감 이기도 했으니까.




‘한번 마셔 보세요.’




그녀는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술잔을 들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건넨 말에 그녀는 나를 휘둥그레 쳐다 보았다. 추운 한국에서 이 곳으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지금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열대의 기후 속에서 벌써 잊어버렸는가 싶다. 잔이 쟁그렁 하고 부딪히면서 나와 그녀는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아, 맛이 아주 좋아요. 향도 좋은데요?’




술은 그 이름처럼 술술 잘도 넘어가면서 방안의 두 남녀를 적당한 속도로 달구고 있었다.




‘준호씨를 만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잘 생각하셨어요. 아직 결혼을 하질 않아서 무어라 말씀드릴 처지는 아니지만 고운정도 있는 반면, 미운정 이란 것도 있잖아요? 사장님도 이혼을 생각하시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이해하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저보다 준호씨는 세상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더 성숙하고 어른 스럽다는 걸 느껴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의 생각이 짧기만 하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느낀 것 같아요. 남자가 밖에서 생활 하다보면 나 같지 않은 싱싱한 여자들을 언제나 마주 대하게 되는데 왜 욕심이 않 나겠어요? 게다가 우리 집 그이야, 돈 있겠다, 시간 있겠다. 정력도 좋아… 어느 하나 빠질 곳이 없는데, 한 번이 아니라 시간만 나면 그 생각이 굴뚝 같을 거란 예상이 이제사 드는 것은 무슨 조환지 모르겠어요.’




‘왜요, 사모님이 어때서요? 앞에 앉아 계신 모습 때문에 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그 말은 사실 이었다.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긴 했지만 그래도 남녀가 샤워한 차림으로 그것도 타올 하나만을 두른 채, 마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내 앞섶은 벌써부터 텐트를 치고 난리를 떨고 있었으며, 그녀도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우리 말 놓고 술 마셔요. 응?’




얼굴이 취기로 달아오른 그녀가 코 맹맹이 소리를 한다. 그리고, 꼬았던 다리를 풀어 내려놓는데 건너편으로 타올 밑으로 살아 숨쉬는 그녀의 거뭇한 보지털이 보였다.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을 놓자는 질문에 답을 하는 대신 술을 더 따랐다. 욕실에 켜 놓은 불만을 갖고 술을 마시던 것이 답답 했는지 방안의 불을 켜려는 그녀에게 나는 켜지 말라고 하고서는 베란다 쪽의 커튼을 젖혔다. 방안은 컴컴하고 불도 켜질 않았지만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달이 반사되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그 빛은 방안의 분위기와 어우러 지면서 그녀의 모습을 더욱 고혹 스럽게 보이게 했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줌을 누고 내 의자로 돌아오려는데 그녀의 손길이 내 허리를 만지는 것을 느꼈다. 허리에 걸쳐져 있는 타올이 스르륵 밑으로 떨어지고 나는 흠칫 놀라서 벗은 채로 자리에 가지도 못하고 그녀의 옆에 서버렸다.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나의 나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손을 뻗쳤다. 나의 둔부와 배, 가슴들을 쓰다 듬으면서 그녀는 한 숨을 내쉰다.




‘나도 이런 젊디 젊은 몸이 좋은데, 하물며 남자야 오죽하겠어?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네.’




오줌을 누고 꺼지는 것 같던 내 좇이 그녀의 손길에 의해 다시 또 벌떡 거리면서 그녀의 눈앞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와 몸에 두르고 있던 타올을 벗어 내렸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나체는 나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로 내 좇을 손으로 쓰다 듬었다.




‘이것 좀 봐. 젊은 게 이런 거구나. 돌덩어리 같아.’




그녀는 신기한 물건을 대하는 듯이 이리저리 둘러 보면서 감상을 했다. 나는 그냥 팔짱을 낀 채로 그녀가 하는 대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빨아봐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웁,음…웁..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어. 꼭 뜨끈한 고구마 같다니깐. 웁웁…다른 남자의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그이도 그렇겠지? 웁웁’




그녀는 내 좇을 빨면서도 남편의 외도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심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말을 놓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사장님도 같은 심정이실 겁니다. 저를 사랑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분위기에 이끌려 섹스를 하게 되는 거죠. 사랑하시는 분은 사모님 뿐 일 거에요.’




그녀는 좇끝 에서 부터 불알을 들추어가며 그 밑에까지 혀를 밀어 뜨리면서 까지 핥아 댔다. 서있기가 도저히 힘들었다. 나는 그녀의 팔을 붙들고 침대로 가자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딸려 오면서도 좇을 놓질 않았다.




‘사모님, 같이 해요.’




나는 내 위로 그녀의 몸을 올렸다. 그 요염한 가랑이가 벌어지면서 조화로운 엉덩이가 확연히 달빛에 드러나는 순간, 나는 처녀 보지를 보는 듯 싶었다. 한동안 사장이 외도에 바쁜 와중에 그녀의 보지는 오랜 동안 놀려진 채로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보지를 양쪽으로 벌리고 혀를 들이밀자, 처음에는 아프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니까.




‘사모님 보지가 꼭 처녀보지 같아요.’




‘그래? 정말이야?’




나는 진짜라고 답해 주었다. 그녀는 이제 고개를 들썩이면서 까지 내 좇을 뿌리 끝까지 빨아들인다.




‘빨아도 빨아도, 웁웁 싸지를 않네, 정말 좋아, 아유 쭙쭙…보지 좀, 거기, 거기 좀 세게 빨아 봐.’




그녀는 오르가즘에 목말라 있었다. 공알에 집중적으로 혀가 닿기를 요구하는 그녀의 태도는 오랜 동안 섹스에 목말라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공알을 빠는 것도 모자라 잘근잘근 이빨로 물어주기 까질 했다. 그녀는 너무나 흡족한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 그만 넣어 줘. 나 정말 하고 싶었어.’




나는 그녀를 바로 눕혔다. 나를 애원의 눈초리로 올려다 보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나의 아랫도리는 그녀의 보지를 천천히 열어갔다. 쑥쑥 밀고 들어가는 도중에 그녀의 눈이 흡 떠지면서 입은 다물 줄을 몰랐다. 구멍이 막혀 있었던 것처럼 나의 좇은 그녀의 보지살을 밀치는 것이 아니라 파 재끼듯이 쑤셔넣고 있었다. 그 깊은 나락까지 삽입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 그녀가 숨을 훅 하고 내 쉬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나 왜이러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 나. 자기야, 지금 내 속에 다 들어와 있는 거 맞지? 내 속에 꽉 차 있는 거 맞지?’




나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만져봐. 내 꺼 안에 꽉 들어차 있는 걸 좀 손으로 만져봐. 어서.’




나는 한 팔로 몸을 지탱한 채로 손을 돌려 그녀의 보지에 흠씬 박혀 있는 내 좇과 그 사이로 비질 대며 흘러 내리는 그녀의 씹물을 만진 후에 그녀의 입 속에 넣어 버렸다. 그녀는 그 집질한 내 손가락을 다시 빨아댔고, 나는 그녀의 요청대로 아주 빠른 속도로 좇을 박아대기 시작했다.




‘그이는 너무 빨리 싸버려. 아마도 나랑 하기가 싫었었나봐. 그러다 보니 언제나 그게 아쉬워서 빨리, 더 세게 박아 달라고만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에게 남편과 다른 스타일로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녀의 질벽의 투둘거림 조차 느껴 가면서 천천히 왕복운동을 해나갔다. 그런데 그녀가 의외로 버럭 화를 냈다.




‘왜그래? 좀 쎄게 해주지? 나 이런 맥 빠진 거 싫어, 어서 팍팍 좀 박아 줘, 어서…빨리….’




남편에게 길들여진 그녀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좀 난망했다. 나는 젊음이 가지는 섹스의 그 힘과 연장선상이 가져다 주는 멀티 오르가즘을 선사하고 싶은 욕심 뿐이었는데, 그녀는 나와의 섹스 속에서도 남편과 하는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모양 이었다. 나는 바로 누워서 하는 자세에서는 사정하질 않는 버릇이 있었다. 화들짝 좇을 빼자, 그녀가 놀란다. 나는 웃으면서 그녀를 돌려 뉘여 버렸다. 그녀가 안심했다는 눈초리로 그 요염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보지를 뒤쪽으로 대 준다. 그녀의 히프가 후둘 거리고 등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양쪽으로 좌악 벌리면서 좇을 무참하게 쑤셔 넣었다.




‘좋아, 억억억 그래 이거야.. 그렇게 해 줘… 아…..나 미쳐……억억억…더 세게, 더,더,더’




그녀는 자신의 보지가 외간 남자에게 유린되는 도중에도 남편과 섹스를 하는 것 같은 몽상에 빠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섹스를 하면서 나는 흡사 그녀의 남편이라도 된 듯한 착각 속에서 좇을 후둘러 댔다. 그녀는 나의 허리쪽으로 보지를 거나하게 밀쳐내면서 한치라도 더 보지 속으로 박히게 하려는 것처럼 허리를 밀어대고, 나 또 한 그녀의 씹 안에 한 뼘이라도 더 넣어보려는 욕심으로 허리를 휘어 가면서 까지, 달겨 드는 그녀의 보지에 따발총 쏘듯이 좇끝을 튀겨 넣었다. 둘다 같은 공간 안에서 좇과 씹이 어우러져서 섹스의 열락으로 빠져 들고 있었지만 서로의 머릿 속을 채우는 생각은 무척이나 달라 보였다. 나는 그래서 외로왔다. 그녀와 같이 즐긴다기 보다는 그녀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은 일방적인 섹스의 진행 때문에…나는 마구잡이로 그녀의 골반뼈를 움켜쥐고 옴짝달싹 할 수 없게끔 만든 뒤에 허리의 탄력을 이용해서 그녀의 엉덩이에 내 아랫도리를 쳐 박았다.




‘악…악….그래… 박아, 쳐 박아, 다 찢어지게 쳐 박아. 그년 보다 내 보지가 더 좋지? 그년 보지보다 내 씹이 더 좋지?’




그녀의 게슴츠레한 눈이 거의 다 풀려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의 돈도, 환경도 사랑하고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지아비로서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로 인해 더더욱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그에 대한 반발적인 몸부림으로 더더욱 기승을 부리며 그녀의 씹 안에 폭발적인 좇질을 해대고 있었다.




‘악,악, 어서 싸지 않고 뭐해, 내 안에 그 좇 물 좀 시원하게 싸줘, 어서, 억억억…아----ㄱ’




나는 싸고 있었다. 그녀의 요구대로 머릿 속이 노래질 정도로 그녀의 처녀보지 같은 그 씹구녕에 고독한 좇물을 철철 뿌려댔다. 그녀의 등위로 엎어지면서 나는 자칫 잘못해서 사랑한다는 되도 않는 말을 할 뻔 했다. 그녀의 머릿 속에는 온통 남편에 대한 색스런 환상과 애틋한 간절함만이 가득 차 있었을 것임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섹스가 끝난 후, 그녀는 환해진 얼굴로 말했다.




‘나, 이제 그이를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사랑이 아닌 섹스만으로 이렇게까지 까발려 질 수 있는데 그이라고 오죽했겠어? 너무 고마워. 나에게 이런 결심을 갖게 해 줘서. 서울 가면 우리 한번 만나자. 이번엔 내가 먼저 인사 해야지. 고마웠어, 메리 크리스마스!’




그러나, 나는 만나고 싶은 마음이 눈꼽 만치도 없었다. 그녀의 푸념과 한숨에 갇혀 들러리로 몸바치고 쫓겨난 듯한 심정이었기에…와이키키의 어두운 해변가에 앉아서 나는 또다시 밀려드는 외로움에 담배를 붙여 문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나에게 인사한다. 그게 오히려 더 듣기 좋았다. 이래서 그 미신은 일리가 있는가 보다. 나는 이 뜨거운 열대의 하와이가 다시는 꼴도 보기 싫어지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앞으로 이곳에는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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