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여자 - 하편

한 잎의 여자 - 하편

일딸 0 487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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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간지가 한참 인데도


여전히 난 겨울 속에 빠져 있었다.


아니


봄을 느낄 수 없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내면의 겨울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나 부다....


힘들게


겨우 봄을 맞이하기가 무섭게


비가 쏟아 지더니


짧은 봄을 뒤로 하고


이내 여름이 성큼 다가와 버렸다.)




윤희..


물푸레 같은 여자...




- 아침 먹었어?


= 아니...아직...


- 잠은 잘 잤어?


= 아니... 옆구리가 허전해서 한 숨도 못잤어.


- 허허... 왠 아양이셔? 아줌마~


= 빨리 일 끝내고 와!


- 빨라야 이틀이야. 며칠 더 걸릴지도 모르고.


= 그래도 빨랑 끝내고 와~


윤희 답지 않게 코 먹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여섯번의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눈을 뜬 윤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나는


깨어난지도 모르고 그냥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약간 흐느끼는 소리에 겨우 고개를 들어 바라 보았을때


마취가 깨어나면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느라


윤희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리곤 간혹 숨을 거칠게 내쉬곤 했다.


입에서 베어난 거품같은 분비물들을 거즈로 닦아내며


아직 차거운 그녀의 손을 내 가슴에 넣어 주었다.


- 잠깐 기다려... 입부터 닦고 그리고 손이랑 발을 주물러 줄께...


이골이 났지.


수술후 회복실에서 보호자가 해야 하는 일들..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여섯번째 수술에선


이 전에 함몰된 뇌 속에 넣어 두었던 실리콘 젤을 제거하고


신축성이 있는 파이버 재질로 바꾸는 수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뇌의 뼈를 잘 맞추어 놓았고


이젠 겉으로는 더이상 함몰된 모습을 볼 순 없었다.


다행히 판단을 하는 부분이 만이 상실 되어서


자꾸 어린애 같은 짓을 해서 그게 탈이었지만


그나마


언어장애는 거의 벗어나고 있었다.


단지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눈은


늘 빤히 날 쳐다 보고 있었지만


사실 내 모습을 제대로 윤곽조차 볼 수 없었고


그리고 아주 희미한 형상으로만


그것도 색상이 아주 뭉개져버린 모습으로..


그렇게 날 볼 수가 있었다.


움직이는것.


그리고 앞에 서 있다는 것 만을 겨우 인식할 정도의 시력이었다.


그나마


그 시력조차도


점점


가늘어져 가고 있었다.




닷새를 예정했던 출장을 사흘만에 해치우고 서둘러 비행기 좌석을 잡았다.




발목이 조금 드러나 보이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로


아주 천천히


또박 또박 걸어 오고 있었다.


카트에 짐을 찾아 마악 입국장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녀가


나를 향해


그렇게 걸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내 앞에 다가 섰다.


팔은 내 뻗어 내 목을 와락 껴 안으며


따듯한 입술을 내게 부벼댄다.


- 일찍 왔네? 착해라...


그녀는 손바닥으로 내 볼을 매만지며 속삭인다.


- 나 많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일찍 왔지?


그녀는 내 볼을 만지던 손으로 귓가에 가져가면서


다시 입술을 내 민다.


그녀의 혀가 순간 내 입으로 밀여 들어 온다.


따듯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미끌미끌한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열고 들어와서는


내 이와 부닥친다.


- 이게 탈이야...당신은 꼭 이를 악물고 있다니까...


그녀는 가볍게 후후..웃었다.


- 빨랑... 열어줘요...


그녀는 내 허리를 꼬집는다.


나는 그녀를 와락 껴 안았다.




기체가 덜컹거렸다.


활주로에 내려 앉은 비행기는 속도를 줄여가고 있다.


비행기는 날개를 바짝 치켜 세운채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굉음을 토해내면서 미끌어져 가고 있었다.


착륙을 알리는 안내방송.




나는..


눈을 비벼대며 창밖을 바라 보았다.


아....


참..달콤한 꿈을 꾸었네...




짐을 찾으면서 휴대폰 전원을 켜고 그리고 재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고 있었다.


세번..


네번..


다섯번..


이내 보이스메일로 넘어간다.


어? 어디 갔나부네?




입국장 문을 열고 나서는데


금발의 아들 며느리가 손을 치켜 들며 흔들어 댄다.


그리고는 내게 달려와서 써프라이스!" 하며 외쳐댄다.


그러려니..


워낙 애교 만점인 여자니까...


내 목을 껴안고 잘 다녀왔느냐..보고 싶었다..


한참..떠들며 내 정신을 다 빼 놓았다.


그러더니...


또 " 써프라이스"를 외쳐 댄다.


이건 또 뭐야..


아!


그녀가 내 팔을 끌고 데리고 간 곳은


전화박스가 설치된 기둥 뒤쪽이었다.


거기 벤치에는 윤희가 앉아 있었다.


다소곳하게 옆으로 기대어서 입국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가는 사람들을 제대로 식별조차 할 수 없는 눈이었다.


내가


한발 한발 다가서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내게 얼굴을 향하더니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팔을 벌린다.


나는 그녀를 가만 안았다.


그녀는


내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


- 아.... 당신 미워.. 많이 보고 싶었어..


- 허허.. 사흘인데? 겨우~


- 그래도..


- 무슨 신혼부부같은 소리 하네? 참...


그녀는 힘주어 내 목을 껴안는다.


- 많이 기다렸어?


- 아니.. 새아이가 시간 잘 맞춰 와서..잠깐 앉아 기다렸어.


금발의 아들 며느리는 내 카트를 끌고선 종종 걸음으로 앞서 간다.


나는


윤희의 허리를 안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 이제 잘 걷네...


- 응.. 사흘동안 만이 연습했지...


- 신통해...


우리는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듯 아주 천천히 대합실을 걸어 빠져 나갔다.


아들 며느리가 금발을 휘날리며 벌써 길을 건너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면서 거기 기다리라고 사인을 보낸다.




리치몬드는 여전히 한적했다.


해지는 언덕길을 따라 차는 천천히 올라갔다.


차는 드라이브웨이로 미끌어지듯 들어 갔다.




- 내가말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 당신 처음 봤을때 말야....


그녀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날 주시했다.


- 저기 숲속에서 산 비들기 우는 소리가 들렸어....


- 그게 그렇게 기억이 나요?


- 응.. 얼마나 구슬프게 우는지말야.. 구구구... 하면서...


- 근데 왜 갑자기 그 생각을 해요?


- 아니.. 저기 저 숲만 보면 자꾸 그 산비둘기 우는 소리가 생각 나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뒤 뜰에서


포터블 난로에 불을 피워 놓고서


윤희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녀는 와인잔을 조금씩 기울여 홀짝 홀짝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석잔째...


- 어? 사흘새 술이 늘었네?


- 응... 당신 대작해주려고 사?간 연습 많이 했어. 며느리랑..ㅎㅎ


- 이런.. 며느리랑 죽이 잘 맞네....


- 응... 지 시어머니 외롭다고 와인만 잔뜩 사갖고 왔어.




- 당신 만져 봐도 되?


그녀는 조심 스럼게 내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는 열린 셔츠로 손을 넣어 들어 왔다.


- 당신은 여기가 늘 따듯해....


그녀는 턱을 내 어깨에 괴며 속삭였다.


- 전에 여기서 당신이 날 가질때 말야..


- 별걸 다 기억해?


- 당신이 아주 거칠게 날 대했지..


- 그랬어?


- 저기 식탁에 날 앉혀 놓고서...


그녀는 턱으로 데크 건너편 쪽을 가리켰다.


- 저기 앉혀놓고 내 치마를 그냥 확~ 벗겼잖아?


- 그랬나?


- 나... 그때.. 정말 얼마나 뜨거웠는지 몰라..


그녀는 천천히 내 목덜미를 핥기 시작했다.


- 그때 그렇게 금방 달아 올랐어?


- 응... 내 다리를 거칠게 벌리고 마구 달겨들었잖아...


내 손은


그녀의 가슴을 지나 어깨에 걸쳐 있던 셔츠를 끌어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 젖꼭지가 바짝 서 올랐다.


- 당신은 금방 알 수 있어.. 젖꼭지만 보면..


- 나도 당신 금방 알아... 당신 손 끝이 항상 떨거든.....


그녀의 젖꼭지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가만히..그녀의 젖꼭지를 잘근 잘근 이로 깨물어 주었다.


그녀는 금새 달아 올랐다.




사년만이었다....


그녀의 사고 이후....


그렇게 서로의 살을 서로에게 다시 열어주고


서로에게 다시 삼켜준지가....




- 괜찮겠어?


- 응.... 거칠게는 하지 말고... 부드럽게만 해줘요... 우리 처음 사랑했던 때 처럼...


그녀는 다리를 천천히 내게 벌리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음모가 내 배에 와 닿았다.


그녀는 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았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서 입을 떼었다.


그녀는 내 입술이


그곳을 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꾸 내 얼굴을 매만지면서....


허리를 내게 밀착시켜가면서


내게 속삭였다.


- 사랑해줘요... 거기요... 거기 사랑해줘요....


그녀는 그 은밀한 곳에서는 비누 냄새가 났다.


참으로 오래 기다렸다.....


그녀는


미끌거리며 부드러운 그녀의 그곳 속살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혀 끝에 느껴지는


그녀의 속 살은


마치 그녀의 입술이나 혀 처럼 느껴졌다.


애액이 조금씩 흘러 나왔다.


그녀는 두어번 세찬 떨림을 통해


사년만에 가지는 나와의 사랑을 일찍이도 느끼고 있었다.


내 살이 그녀의 속으로 들어갈때 이미


그녀는 나를 으스러지게 껴 안으면서 세차게 떨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날 반기자 마자 그녀는 금새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습관처럼 내 어깨를 깨물었다.


- 아... 사랑해요....


그녀는 힘껏 두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았다.




숲속에서 산비둘기가 또 울어대기 시작했다.


구구... 구구...




- 이젠 아무데도 가지마요... 절대로...


- 그래... 알았어...




우린 거기서 그렇게 서로 안은채로 한동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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