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내 - 2부

친구의 아내 - 2부

일딸 0 470

친구의 아내(2) 


친구의 아내에 대한 불순한 상상을 하며 그녀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나는 윤수의 집안 분위기를 샅샅이 살폈다. 

은행대리인 윤수는 그런대로 안정된 가정을 누리고 살았다. 

윤수의 나이가 34살에 그의 아내는 32살이다. 

그가 살고있는 아파트는 35평형이고 방이 셋에, 

아이들은 큰아이가 7살 유치원에 다니고,둘째아이는 4살, 

셋째가 이제 낳은지 겨우 5달이 넘었다. 

엇그제 백일잔치에 우리 친구들이 모였던 기억이 새로웠다. 

건강이 좋은 윤수의 아내는 애를 낳고 회복이 빨라서 처녀같은 싱싱한 

아름다움에 물오른 버들가지 마냥 하늘하늘했다. 

애를 낳아서 젖이 아직 안떨어진, 더구나 애를 셋이나 낳은 

아줌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전에는 단순히 친한 친구의 부인정도로 여겨 여자라는 생각을 못하다가 

불륜을 의심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뒷조사 부탁까지 받고보니 

내눈에도 친구의 아내가 심상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속셈을 모르는 친구의 아내는 여전히 나에게 친절하고 잘해줬다. 

백일때 오고 첨 오셨네요? 왜 요즘 자주 안오세요? 

네!이친구가 요즘 뭐 구조조정이다 뭐다 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을 피하네요! 

사실 나는 윤수가 아들을 낳기전에는 자주 어울려 그의 집에도 갔었고, 

그때마다 그의 아내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왠일인지 아들을 낳고부터 윤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그것이 윤수가 다니는 은행이 구조조정이니 뭐니 하며 어려워서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알고보니..아마 윤수가 그의 아내와 트러블이 

있었고,더구나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복잡한 사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윤수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는 아내에게 자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아마도 요즘 아내를 의심하는 윤수로서 아내에게 특별히 잘해줄 그런 기분도 

아닐 것이라 짐작되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애써 윤수와 그의 아내가 화해하는 분위기가 

되도록 농담도 하고 웃기기를 시도했지만 윤수의 태도는 변하질 않았다. 

내가 웃기는 농담을 할때마다 윤수의 아내가 관심을 표시하고 반응을 

보내올 뿐이어서 나만 무안하게 되어 버렸다. 

모처럼 찾아온 남편의 친구를 두고 윤수의 아내가 무슨 죄라도 진듯 

조심스러워 하고 불안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윤수의 아내를 보면서 어쩌면 내가 친구로서 이런 부인을 

뒷조사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 정말 못할 짓이다 싶었다. 

전혀 윤수의 아내에게서 의심할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윤수가 요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의처증이 발동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착한 아내를 윤수가 왜 의심하고 그럴까? 


나는 윤수네집에서 나와 우리집으로 오는 동안 내내 괴로웠다. 

내일부터 당장 윤수의 부탁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윤수는 완고하게 나에게 좀더 시간을 두고 미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윤수의 아파트앞 주차장을 지키고 차안에서 

윤수의 아내가 외출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나의 그런 기다림은 번번히 헛일로 끝났다. 

윤수의 처는 낮에 잠간 나와서 수퍼에 가는 일 이외에는 다른 외출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점심시간에 윤수의 동생인 윤철이가 공구가방을 들고 왔다가 가는 것을 목격했을 뿐이었다.동생이 형의 집에 들렀다가 가는 것을 의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내가 알기로 윤철이는 약혼을 한 여자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잠복 일주일만에 나는 윤수에게 쓸데없는 의처증을 버리라고 충고하며 이런 일에서 손을 떼고 싶다고 말했다.그러나 윤수는 거의 울쌍으로 되어 나에게 매달렸다. 

아내와 불륜관계에 있는 상대가 집에까지 왔다간 것 같다는 윤수의 얘기였다. 

부부간에 같이 살면서 느끼는 직감이 틀림없다는 주장이었다. 

한달간만 미행해 주고 의심할 일이 없으면 그때 그만둬도 좋다는 

윤수의 간곡한 청에 못이겨 응하면서도, 

나는 의처증에 빠진 친구를 어떻게 구해낼까 하는 생각으로 골돌했다. 

나는 윤수에게 그의 아내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대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윤수의 허락을 얻어 그의 아내가 없는 틈을 이용해서 

거실 쇼파위에 스프링쿨러 틈새로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원격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여 100미터 거리에서 무선으로 도청하거나 녹음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장비는 청계천 아는 친구를 통해 싼값으로 구입했다. 

나의 이런 행동은 친구 아내에 대한 일종의 믿음 때문이었다. 

아기를 낳아서 이제 겨우 백일을 지난 여자가 무슨 외간남자 만날 여유가 있을까 싶었다.애 우유먹이랴 기저귀 갈아 끼랴 바쁜 애엄마가 바람을 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여졌다.그런데도 친구는 아내의 부정을 굳게 믿고 있으니 이것이 의처증 아니면 무엇이랴! 

내눈에는 친구가 아무 탈없는 아내를 의심하는 일종의 의처증으로 비쳐졌다. 

나는 도청장치를 해놓고서도 대충 하는 시늉만 하고 말 작정이었다. 

그런데 도청장치를 하고 내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채 

차안에서 내가 평소에 눈독들여온 어느 유부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찰라 

차앞으로 지나가는 낮익은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갈뻔 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임무가 잠복근무인 만큼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세울 위치가 아니었다. 

나는 전화를 하면서 무심코 지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윤수의 동생 윤철이었다.형네집에 이 아파트니 아마도 형집에 무슨 일이 있어 오는 것이려니 하면서도 엇그제 낮에도 왔다간 그가 왜 이시간에 다시 이곳을 찾는지 조금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그럴리야! 하면서도 나는 전화를 서둘러 끊고 도청장치의 주파수를 맞춰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동차의 에프엠 사이클에 맞춰놓자 윤수네 아파트 집안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자동차의 카오디오 스피커로 생생하게 울려 나온다. 

성능하나는 끝내주는 도청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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