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 - 단편

천직 - 단편

일딸 0 451


‘이거 맛이 왜 이 지랄이래? 아니, 요즘도 설렁탕에 분유가루 타는 씨방새 들이 있나? 이거 안 되겠구만. 된 맛을 한 번 보여 줘야지… 헐…’




‘아이구, 김형, 아서요. 잘못 찍혔다가 그나마 외상으로 대놓고, 배달 까정 해주는 밥집, 지 발로 끊을 일 있답디까? 맘에 안 들면 메뉴를 바꾸면 되지, 왠 타박?’




‘너 꼬박꼬박 말대꾸 헐래? 어른이 그렇다면 그런 줄 이나 알지?....참, 조 형사, 너 어제 잠복 나갑네 하면서, 그저께 올리기로 한 조서, 워디다 꿍쳐 두고 토꼈냐? 내 너 없는 동안, 그것 땜시, 월매나 뺑뻉이를 돌았는디…..좇도 아닌 게, 왠 파일들에는 비밀번호를 수두룩 뻑뻑 허니, 달아놓아 게지구 서리….’




나는 숫가락을 쥔 채로 소리를 냅다 지르는 통에, 내 앞으로 기총소사 처럼 밥풀이 후둘둘 튀겨 나가면서도, 분위기상, 제때에 아가리를 막질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걸 워디메로 꿍쳐 먹었냐 …. 하면….. 요깄네….. 책상 위에 그냥 널부러져 있구만. 내가 잠시도 눈을 못 떼요. 꼭 눈깔 밑에 받쳐 줘야, 아가리에 입질이 가니, 원…..’




‘어이구, 저것도 형사라고, 꼴리는 대로, 혓바닥 놀리는 것 쫌 보지?’




서로를 향한 독설이 거세지는 꼬라지가 일들이 고된 것이 분명했다. 정의 사회 구현입네 어쩌구 하면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이 놈의 형사 생활이 지겨울 법도 한데, 격무에 지친 몸을 뒤로 하고, 책상에 엎어져서, 새우잠을 때리는 동료들을 볼라치면, 직업의식은 어쩔 수 없구나 라는, 나만의 탄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에서 내리 찍어 누르고, 밑에서 쳐 올라오는 와중에,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만 해도 가상타 아니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동료들은 쉽사리 일에서 손을 놓질 못했다. 시절과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예전처럼 수첩에 연필을 들고 다니며, 사건 기록을 적는 띨빵한 형사들은 이제는 없다. 저마다 전자수첩으로 메모를 하면서 자신의 컴퓨터로 채곡채곡 메모를 인터넷과 네트워킹을 통해 날려 놓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려고, 자리에 돌아와서, 혹은 잠복 중에도 끊임없이 그 메모를 이리 짜 맞추고, 저리 돌려 보면서, 조서를 꾸며야 하는 날파리 인생들 이었지만, 그 사이 변모된, 조금은 현대화 된 자신의 주변으로 인해, 스스로 나마, 이게 발전의 과정 아니겠냐는 자조적 만족감에, 부르르 떨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식사 후에 터져 나오는, 트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에서도 누군가는 그랬다고 했다. 보진 못했지만, 대한민국 형사라면 처음부터 달려야 하고, 중간도 달려야 하고, 마지막에도 달려가야 한다는 그 말….삼면이 바다에다, 한 면은 철조망이 가로막혀, 범인들은 끝끝내, 비행기나 밀항선이 아니고서는, 언젠가는 우리들의 달음박질에 기운이 딸려, 기어이 잡히고야 말 거라는 우리의 희망사항을 단적으로 얘기해 준 것일 테지만, 어쩐 일로 그런 얘기를 건네는 우리들의 가슴이, 이리도 찡하고, 눈물 고이는 건지, 아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동료들끼리 야근을 하다가,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평소에 보고 싶던, 그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조사실 구석방에서 몰래 보는 와중에, 방문을 열어 재끼신 반장님의 한마디는 아직까지도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세월 좋네….얼씨구? 살인의 추억까정? 밥 쳐먹기 바쁘게, 밀린 일들은 안 하고, 왠 청승? 느그들은 영화 속의 누가 되고 잡냐? 나처럼 유능하다는 소리나 듣게시리, 서서 밥 먹을래, 아니면, 화장실에서 자장면 삼킬래?’




대답도 듣지 않고서, 횡 하니 방을 비우신 반장님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심한 무력감으로, 음식 맛조차 잃어버린, 우리들의 심사를, 몰라도 너무 몰라주시는 게 아닌가 했다. 사람들은 형사라고 하면, 모름지기, 범인만 줄창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우리의 가장 큰 고충이 바로, 범인을 잡기 전과 잡은 후라고 하면,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저마다 산적한 업무와 일정으로 인해, 세수조차 제대로 할 여가도 없는 형사 생활에서, 사건이 터지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가 손 쓰기도 전에, 매스컴의 각광을 무작 시리 받아버린 껀수는, 그야말로 빤쭈 안에 고슴도치를 넣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우리는 상부 로부터 받아야만 했다. 빚쟁이도 그런 빚쟁이가 없다는 말처럼, 반장도 위에서 닥달을 당하고 왔을 테지만, 언제나 우리들을 모아 놓고, 책상 위에 올라가서, 무릎을 꿇고, 빌어 댈 때면, 보고 있는 우리들조차 가슴이 아파 왔다.




‘나 좀, 봐 주라. 나야, 여기서 독방 지키고 있으니, 다 느그 들이 우리, 먹여 살리는 거 아니냐? 제발 그 상열의 쇄끼랑, 그 씨부랄 년들 좀 냉큼 잡아다 주라. 나 집에 못 들어 간지 벌써 세달 째다. 우리 마누라, 이 틈에 바람나서, 보지 벌창 난 뒤에, 느그들이 그 씹새들 잡아다 줄 꺼면, 아예 이 자리에서 우리 서로 대갈빡에 총질 하고 파토 내자, 마….이래 살아서 뭐허게? 이게 사람 사는 거이냐? 아!..... 새끼들 얼굴도 보고 잡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하네….. 엄니!..... 꺼이꺼이……’




반장의 하소연과 구걸은 언제나 그렇게 엄니로 끝을 맺었다. 군대 기상과 함께, 졸린 눈을 부벼 가며 부르던, 어머님 은혜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반장의 그 레파토리가 먹혀 들어가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띠발, 약발도 하루 이틀이지, 허구헌날, 책상 위에 기어 올라가서, 뭐 씹은 표정으로 빌어대는 꼬락서니가, 이제는 치가 떨리기 까질 한다. 그래도 상관 이랍시고, 아무도 뭐라 하는 동료는 없고, 반장님, 연로하신데, 왜 이러시느냐며, 기절 직전 인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하는 반장을 가까스로 자리에 앉히고, 다시금 충성을 다짐하는 무력한 동료들…. 나도 다를 바 없긴 하지만 서도….




‘조형사, 이 껀은 사이버 수사대로 넘기지 그랬냐?’




‘넘겼었다니깐? 그런데, 이 쪽으로 다시 이첩 되서, 나도 어째야 좋을 지 모르겠다구…..’




‘이유가 뭔데? 영장 심사도 받기 전에 빠꾸 맞은 거 같은데?’




‘내가 그 말이야. 조서야 내가 처음 꾸몄다고는 하지만, 그게 좀 묘한 사안이라서 말이지. 나도 뭐, 번지수 정하는 데, 빠삭한 꼴통은 아니지만, 어디다 이빨을 물려야 할지 고민 했던 건 사실 이거덩…..잘 못 했다가니, 밥그릇 싸움도 날 것도 같고설랑….’




조형사는 방향감각을 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뭐가 문제 인데?’




‘사건 개요가 조금 독특해요. 사이버 수사대에서도 이쪽으로 다시 돌려 보낸 이유가, 책임 소재가 불분명 하다는 거야. 고소인 측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청구 부분도 이해가 가질 않고, 게다가 제 3자가 봐도 명확한, 피해 사실의 근거가 모호 하다는 얘기거든?’




‘내용이 그렇게 꼬였어?’




‘맨 처음에 나를 찾아와서 말을 꺼낼 때만 해도, 치정에 얽힌 무슨 폭행 사건 운운 하길래, 별 시덥지 않은 사람 다 보겠네 하면서 들어 줬걸랑? 그런데, 잠자코 들어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 그 남자가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걸, 조금 진정 시키고 들어 보니까, 사건이 되겠다 싶어, 조서를 작성했는데, 이게….보기 보다 영 찝찝 했다 이 말이지.’




‘찝찝하다니?’




‘겉으로 보면 고소깜 인데, 누구의 책임이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상황으로 접어 들면, 도대체 답이 없걸랑.’




일을 하다 말고, 없어진 보고서의 행방 운운 하다가, 벌어진 대화 속으로, 동료들이 하나, 둘, 섞여 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곁에서 우리들의 대화를 어깨 너머로 듣고 계시던, 울엄니 반장님 마저 끼어 드시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제정신 들이야? 다른 부처에서 빠꾸 맞은 사건이나 들쑤시고 지랄 들이게? 죽은 자식 불알 거머쥐고, 삘렐렐도 유분수지, 뭐 파보면 나올 게 있다고 주접들이야?’




‘반장님 그게 아니고요, 이걸 좀 보세요. 여기 이 인터넷 주소 아세요?’




‘거럼, 그거 모르면 간첩이지. 그건 왜?’




‘고발한 당사자가 국가를 상대로 여럿 고소하려고 하는데, 그 발단이 그 싸이트 랍니다.’




‘아니, 그 싸이트가 뭔 짓을 했길래? 신문, 방송에서 짓고 까분다고 다 죄진 걸로 보면, 오산이야. 눈요기 꺼리로 아무 곳이나 들이대는 기자들 성깔,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건 아는데요, 그 싸이트가 성인 싸이트 중에서 개중 유명세를 타고 있거덩요.’




‘유명세고 나발이고, 기를 쓰고 디밀고 들어가서, 놀고 자빠 질려는 인간들이 줄을 섰는데, 그 싸이트를 무슨 수로 잡아? 서버가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법에 저촉된 것도 아니고, ISP업체마다 기준도 다른, 모호한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잡아 넣느냐 이 말이지. 게다가 초기 화면에 이 싸이트는 성인용 컨텐츠가 불법으로 인정되는 나라의 사용자를 위한 싸이트가 아님네 하면서 사전 고지한 권리로, 온전히 사용자에게 책임이 지워지게 되어있는 거, 몰라서 되묻는 거야, 시방? 아니, 우리나라 실정을 그렇게나 몰러? 그 사이버 수사댄지 뭔지 하는 작자들은 이를 테면 말이야. 인터넷의 사용에 있어서, 불법적으로 사용을 방해하는 측면에서만, 칼날을 세우고 있다는 거, 알아, 몰라? 그 자들은 겉 보기에는 온라인 상의 범죄를 척결하는 십자군 처럼 보여도, 사실상, 안으로 살펴 보면, ISP업체나 대형 서버 업체들이 부지불식간에 당할 수 있는 대형 사고를 막아주기 위한 비호대 같은 성격일 뿐 이라니깐!’




‘와, 우리 반장님, 다시 봐야 겠네. 언제 그렇게 지식을 갈고 닦으셨데요? 번쩍거리는 두피도 호화 찬란 시러울 지경인데?’




‘한석봉이 뭐 별거냐? 오마니 위해서, 밤에 불쫌 밝히고, 인터넷 쫌 뒤졌지. 그건 그렇고…, 이 얘기야, 벌써 끝난 할미꽃 아냐?’




‘그 할미꽃…….., 그러니까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아! 맞다, 방금 반장님이 하신 말씀, 지난해 신문 기사에 난 거 였죠? 깜빡 하면 속을 뻔 했네그랴. 요즘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니깐. 그러니, 석봉이 엄니가 썰던 떡도 내 팽개치고, 오죽하면 불을 다시 켰을까?’




‘내 말은, 척 보니까 그 고발한 친구, 여럿 물귀신 처럼, 끌고 들어가려고 작심을 하고서 추파를 던진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거덩.’




‘왜요? 공조 수사라는 방법도 있잖습니까?’




‘공조수사? 말이 좋아 공조지, 어디 동일한 주제로, 한 구댕이 파 재끼면서, 부처간에 협조 되는 꼬라지 본 일 있냐? 가정을 해 보면 겐또가 팍 안 돌아가? 그 사람 고발한 목록을 좌악 한번 살펴 볼짝시면…..첫째, 인터넷 상으로 음란물을 유포 시킨 책임을 물어, 그 싸이트의 책임자 일부…탕탕탕…, 둘째로, 한국 내에서 그 싸이트에 접속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지원한 ISP업체 수두룩, 셋째, 그 싸이트 내에서 볼거리, 읽을 거리를 끊임없이, 지금도 제공하고 있는 이름 없는, 수 많은 업로딩 당사자들…. 숭그리 당당당….이 모든 사태를 보고도 묵인한 국가의 해당 부처 담당자… 수그수그 당당, 숭당당…..이게 제 정신이냐 이 말이지! 아니, 그렇게 잡아 넣기 시작하면, 형사들 빼고, 된통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떼잡혀 들어 가겠구만. 이런 싸이코가 또 어디 있냐?’




‘왜 형사는 안 잡혀 들어가여?’




‘너그들이야, 잠도 모지란 것들인데, 그런 싸이트 들어갈 새나 있냐? 그러니, 똥물에 발 담근 순서로 잡혀가기 시작하면, 너그들만 남지 않겠냐 이 말이지.’




‘하이고 반장님, 꿈도 야무지셔라. 우리가 뭐 개사료 먹고 삐약 대는 병아리 랍디까? 우리도 자유 의지란 게 다 있는데, 개인 사생활이 없을 라구여? 모르긴 몰라도, 집에도 못 들어가, 보지 구경도 힘들어…. 우리 만큼, 그 싸이트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인물들도 없을 거구먼요.’




‘야, 검찰국장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내가 얼마나 눈에 불을 켜고, 너그들 시슈템 화면을 살피고 다니는데….’




‘모르시는 말씀…. 반장님, 이거 좀 보실라우?’




내가 가리킨 화면은 방금 전까지 작성되던 조서의 워드 화면 이었다.




‘근데, 그게 뭐?’




반장은 거 보라는 듯이 입술을 툭 내밀었다.




‘요즈음, 인터넷이라고 줄창, 어디다 까 내놓고 하는 순딩이 뿐이랍니까? 당나귀네, P2P네 하는 것들 이용해서리, 딴 짓거리 충분히 하면서도, 자세히 살펴 보질 않으면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게 요즈음 시절 이라니깐요. 요기 보이는, 요 아이콘 있죠? 요게 보스키 라는 겁니다. 반장님, 모르시져? 옛말에도 있잖아여? 아부지만 모른다는 말….’




‘그게 뭔데?’




‘지금, 제 컴에는 조서가 꾸며지는 것처럼 보이고 있죠? 그런데, 요 아이콘이 번득번득 하는 것은 아까 새벽부터 다운 받았던 신종 포르노가 내려 받기 끝났으니, 어서 돌려 보라는 야그… 아니겄어요? 요렇게 키를 조합해서 누르면, 짠! 보서요! 요년들 보지, 정말 끝내주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니깐여! 반장님이나 누가 곁에 오는 것 같다, 그런 낌새가 느껴진다 허면, 마우스를 슬며시 건드리거나, 아무 키를 누르기만 하면, 아까의 조서작성 화면으로 감쪽 같이 화면이 전환 되는 겁니다. 영화는 어떻게 되느냐구요? 그 자리에서 쌈박하게 포우징, 그리고 비상사태가 가실 때까지 기둘렸다 가니, 다시 또 키를 조합해서 짱 눌러주면….., 기냥 또 아까의 그 씹보지 화면… 좋잖아여!’




‘그게 보스 키야? 내 참….’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대단하다는 표정의 반장님은 말을 잇지 못하셨다. 감탄의 침묵이 아니라, 화면으로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는, 쑥쑥 쑤셔대는, 좇대가리의 힘찬 향연에, 정신을 놓으신 게 분명 했고…




‘아니, 조형사, 그럼 어찌 할 셈이야? 여기서 법조문 이라도 꺼내서, 어느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따져야 하는 감?’




‘왠 관심이래, 박형은?’




‘나라고 그 싸이트 관심 없는 줄 알아? 아까 반장님이 말씀 하신, 기사가 나가고서야 알게 되서, 가입 했지만 서도, 그게 재미가 보통이 아니라니깐! 쏠쏠하고, 야리 야리한 남의 여자 보지 구녕, 훔쳐보는 맛이 그게 중독 일쎄 그랴. 게다가 그 뿐 인줄 알아? 고 야설도 그래, 취향대로 골라먹는 재미, 이거 또 사람, 돌아버리게 한다니깐. 그런데, 그 싸이트를 걸구 치면서, 누군가 죽네 사네 하는 이 판국에, 내가 관심 두지 않게 생겼나?’




모두다 말을 안 하고는 있었지만, 한 두 번쯤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작자들이 없었다. 하긴 나 같은 돌부처도 이렇게 뻔질나게 열불 내고 있는데…




‘고소인의 심정도 다소는 이해해 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사실, 싸이트에 몸담고 있는 운영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남는 것도 없이, 지 좋아서 줄창 사진이네, 글이네 올리고 있는 가입자이자, 싸이트 폐인들을 무슨 수로 몽조리 조지겠어? 사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수색영장 갖고, 서버 있는 곳으로 치고 들어가서, 이제까지의 접속기록이랑, 접속자 명단, 긁어 내오면 그만이고, 그 리스트 대로 한 사람, 한 사람 불러다가 언제 가입했느냐, 무얼 하고 돌아 댕겼느냐 일일이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만… 그것도 문제는 문제야, 주소나 정확히 썼겠느냐구? 그 해당 접속인물의 정확한 추적을 위해서, 동원 되야 마땅한 여러 가지 정보와 사실 여부를 긁어올, 그 수고를 쫌 상상해 봐. 그게 어디 한 두 사람으로 끝날 일이냐구? 또 서버가 어드메 있는지 알게 뭐야? 라인 타고 들어가서 추적해? 추적한들, 그 사람들이 비싼 운영비 내고도 쉽사리 떼잡혀 들어갈 또라인가? 그리고, 웹 호스팅 업체는 무신 허수아비 냐구! 그러니, 초장부터 풀어야 할 매듭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게야. 고소한 사람의 분함이 시작되는, 그 시점부터 굴뚝이 막혀 버렸으니 연기가 날아갈 리 있어? 냄새만 풍풍 풍기고, 환기는 좇도 안 되는 거지. 사실 막말로 지 마누라가 그 싸이트에 접속해서 그 안의 내용에 동화되어, 마구 섹스를 탐닉하고, 보지를 만장으로 내둘르고 다녔다 치자, 그게 어디 그 싸이트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냐 그 말이지, 내 말은….. 빠져나갈 구멍을 위해서 그 치들이 그런 문구를 곳곳에 써 놓은 것은 아니겠지만, 게재되는 모든 자료의 법적 책임은 그것을 올리는 당사자에게 있고, 글이라든가 게시물의 사실 근거 여부는, 오로지 눈깔 꿰져라 바라보는, 접속자의 마음 속에 있는 거라고 하덜 않해? 그러니, 그런 싸이트가 개설 되었다 치더라도, 지가 안 들어가면 그만이지, 들어가 놓고서 그 안에서 똥을 밟았네, 어쩌네 하면서 지분거리는 것은, 책임회피의 변명이 아니고 뭐냔 말이지….’




‘그런데, 조서 내용에 그건 쫌 문제는 있드라.’




‘뭐?’




‘그 마누라라는 여자가 모텔에서, 어떤 남친이랑 빠구리 하면서, 침대 옆에다가 그 싸이트를 틀어 놓고 했었다지? 그 자리에서 여자 씹구녕에 좇대가리 끼운 채로, 지금 어드메 에서 자기 여친 이랑 떼씹거리 할 인간들, 여기 여기 모여라 라고, 남친이 쪽글로 불러 모았다는 건, 쫌 그렇드구만…그건 법적으로 봐도, 유사범죄의 출현을 방임한, 싸이트 측의 무성의가 불러낸 문제라고 보이는데, 그걸 관리자가 걸르지도 않고 바로 게재 했다는 건, 아무리 봐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와 맞먹는 거 아닌감?’




‘미필적 고의? 띠발, 어느 누가 오란 다고 다 오나? 오겠다고 손드는 새끼들이야 보나마나, 폭탄 터져도, 나 뛰어 나갈 랍니다 하고 손드는 거이지.’




‘반장님 의견은 어떠서요?’




‘정확히 고소인의 피해 사실이 뭬이야?’




‘제일로 치는 것이, 현재 상대방 배우자의 비행외도 사실이 폭로되어, 이혼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로 인한 물리적, 정신적 피해 보상을 고소인에게 하라는 겁니다. 뭐, 이를 테면, 순진한 지 마누라 눈깔에 색안경 끼우고, 세상을 보게 한 관련자의 연대 처벌이든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 보상을 얘기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 누가 색안경 끼랬나? 지 싫으면 벗으면 됐지, 벗으랬다고 옷까지 홀랑 벗고, 그렇게 씹을 돌려 재끼냔 말이지, 내 말은….헐….’




‘누가 아니랩니까? 암튼 어떻게 처리할까요? 고소인의 고소 내용을 우리가 접수한 사실이 명확히 남아 버렸는데, 어떻게 무마 시키죠? 건드릴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라는 생각이 칵 치밀어 오르는데…..’




‘법정 대리인은 선임 했대?’




‘그게 아직인가 봐요. 횡설수설 하는 폼이, 그냥 분에 차서 지 혼자 달려 온 것도 같고…..’




‘그럼,…..그 사건 처리하기 전에, 그 인간 신상명세부터 파악해 봐.’




‘그 인간 이라뇨?’




‘아니, 듣고도 딴 수작은? 이런 뉘기미….그 고소인 말이야!.....누구긴 누구야? 털어서 먼지 않 나오는 사람 있어? 지 까짓 게, 예수도 아니고, 성인군자도 아닌 다음에야, 꿀리고 구린 구섞이 없겠냐 그 말이야. 그런 게 하나라도 드러나면, 그걸 가지고 들이대고 얼르는 거야, 봐라! 너도 좇 같은 구섞이 이렇게 있는데, 어찌 남의 눈의 가시는 보면서, 니 눈깔의 전봇대는 안 뵈냐 하고 말이지. 이럴 때야 말로 사이버 수사대의 공조를 받아다가, 수사하는 게야. 온라인 사기단의 하부 조직 인 것 같다고, 공문을 한 장 써 가지고 설랑은, 피해자들의 자진 신고를 위한, 영양가 있는 증거의 색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그 인간의 뒷조사를 부탁하는 거지. 어차피 도청이나 불법적인 온라인 상의 뒷조사가, 형사상의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영장도 없이, 임의로 조사해 봐야, 법적 증거로서의 효력도 없겠지만, 그 치 하나, 얼르는 주제비 꺼리는 탈탈 털어 안 나올 리 있어? 그렇게만 되믄야, 전기 낭비 해가며, 세금 축낼 필요도 없이, 지풀에 지쳐서 손들 거 아니겠냐 이거지. 꼭 싸워서 맛인감?’




‘그렇다고 분해서 뛰어 들어온 고소인을 피의자로 만들면…..’




‘누가 뒤집어 씌운데? 아니, 마누라 보지 간수 못해서 물 질질 싸면서 돌아다니는 것들이 어디 한 둘이야? 이거이 무신 미아 보호소도 아니고 설랑! 남의 가정사, 일일이 끌어 들여가지고, 일들은 언제 할려고 배짱 들이야? 마누라가 막말로 지 좇대가리에 싫증나서, 딴 곳에서 외식 쫌 하고 즐겁게 살겠다는데, 지 싫으면 그만이고, 이혼하면 장땡인 것을, 무신 놈의 손해 배상 어쩌구, 지랄이야, 지랄은? 그러니, 나라 꼴이 요 모냥이지. 저무도록, 허구헌날, 못 먹는 감인 줄 뻔히 알면서리, 줄창 찔러대니, 물 질질 싸고, 지풀에 썪어 들어가지, 별 수 있어?’




’그럼, 다시 불러들이기 전에 사전 조사부터….’




‘꼭 과정을 얘기해 줘야 아남? 자네 형사 생활 몇 년째야? 띠발, 똥싼다고 하면 화장실까지 데불고 가줘야 하남?’




반장님은 그예 씩씩대는 것도 모자라, 그 빛나는 두피에 핏줄을 불뚝불뚝 세워가며, 서슬이 시퍼래 지셨다. 저마다 껀수 하나 줄었네 하는 심정 보다는, 앞으로 반장에게 대놓고 깨지지 않으려면, 사무실에서 그 놈의 보스킨지 뭔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앞서는 얼굴들 이었다.




‘근데, 그거 어떻게 쓴데?’




‘뭐요? 반장님?’




‘아니, 그 보스킨가 뭔가 말이야…..’




조용히 나를 따로 불러 물어보는 폼새가 그 빠구리 생각이 다시 도지신 모냥 이었다.




‘왜요, 어쩌실라구여? 정서함양을 위해서, 컴퓨터는 조서작성 용 워드랑, 쉬는 시간 테트리스 한판 이면 된다고 하시고선, 왠 뜬금 없이 보스키는 찾으시구 그런데여?’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두, 컴맹은 아니더라두 저렇게 고급 기계를 타이프 라이터로만 쓴 다는 게, 어쩐지 정부의 녹을 먹고 있는 청백리로써 조금 껄끄러운 구섞이 있어서 말이지, 알잖아? 자네도?’




‘뭘 도와 드릴까여?’




‘그거, 응야응야…… 어떻게 접속하는데? 내 시슈템에 좀 깔아 주면 안될까?’




‘그거 별거 아니에여, 아까 한참이나 얘기하던 그 싸이트에서 할랑한 시간에 들어가서, 다운 받는 건데요. 뭐. 워쩌시게요?’




‘아니 뭐 어쩌라기 보다도….., 나도 그 싸이트가 과연 구속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살펴 볼 의무가 윗사람으로서, 쪼매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그러지 말고, 접속할 수 있도록, 아뒤 등록하는 법이랑, 잡다한 것 쫌 어떻게 해주라. 내 다음 번 인사고과 때 인심 쫌 쓰지, 어때?’




‘뭐 그러실 것 까지야……접속하시고 나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허튼 소리나 하지 마세요. 아무리 익명으로 오가는 세상이라도, 척하면 쿵인 거, 세상이 다 아는데, 괜히 쓸데 없는 소리 늘어 놓으셨다가 지들 꼬리 잡아, 체포하려고 온 줄 알고, 딴지 걸리기 십상이니 깐요. 월매나 눈치들이 빠꼼이들 인데여! 아무나 폐인 하는 게 아니라니깐여?’




나는 능숙한 솜씨로 반장님의 씨슈템에 보스키와 아울러 그 싸이트에 바로 접속해 들어갈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해 두었다. 이름 하야, 우리들의 보스가, 진정한 보스키를 이용하여 그 싸이트로 암행을 나가신다는 말씀. 아군도 그런 아군이 없었다.




‘근데, 이거 영상이 좇나 화려 하구만. 어이구… 저거 물 줄줄 흐르는 씹구녕 쫌 보소…. 월매나 박아대면, 저렇게 허연 좇물이 줄창 쏟아 지려나? 아! 엄니…. 나도 저렇게 하고 잡다…’




‘어허! 반장님, 목소리가 너무 커요! 다들 보고 있잖아여!’




나는 반장의 혼을 쏙 빼놓을 심산으로 기가 막힌 장면들을 모아 놓은 자작 앨범 중에서도, 명예의 전당에 모셔진 금쪽 같은 그림들을 정신 없이 화면에 뿌려 놓았다. 이경규의 눈알 돌리기 보다, 더 요란 스럽게 떼굴 거리는 반장의 눈까리… 정말 가관 이었다. 동료들은 안 쳐다 보는 것 같아도, 화면에 머리를 있는 대로 들이밀고, 이마에 핏발을 세워가며, 뚫어지게 화면 속으로 빠져드는, 반장의 번질 거리는 두피에 그 씹구녕과 좇대들이 고스란히 반사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으니…내 참….




‘언제 우리 집에 와서 내 방에 있는 씨슈템에도 좀 깔아 줘 잉? 그리고, 내가 들고 다니는 노트북에도….’




아양도 아양 나름이지…..체포는 뒤로 젖혀 놓고, 저렇게나 정신을 놓고 있나 싶을 정도로 반장은 증거물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같은 배를 타고 가던 사람끼리, 배가 가라 앉을 때는 한번쯤 다시 생각 한다나? 누가 배를 먼저 타자고 했는지를 말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반장만 모르고 있었다. 그 빛나는 머리통에다 체포영장을 통째로 마빡에 붙이고 다닐 걸 생각하니 그렇기도 하다. 체포는 뭔 놈의 체포? 그 싸이트의 황홀한 마력에 지가 지 스스로 체포될 거면서…..나는 자리로 돌아와 그 조서를 쓰레기통에 집어 넣으며, 실없이 씩 웃는 동료의 미소에 끄덕거림으로 화답했다.




‘잘 생각했네. 이 세상 만사가 다 그렇게 고소한다고 법으로 해결 될 것 같으면, 우리 같은 형사 나부랭이가 뭔 소용 있을라구! 출출한데 라면이나 때리러 가자, 어때?’




모두들 나가는 그 마당에도 반장은 들은 척도 않는다. 역시 저 자리까지 올라가는 인물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범인 색출을 위해 저렇게 열씸인 걸 보면 말이다. 해야 될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동료들은 별다른 기색도 없고, 그 싸이트의 야시시한 보지들의 행진에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그들의 어깨 위에 걸쳐진 무게를, 다른 이들은 천직이라고 부르는 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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